블랙 스크린과 4분 33초

최근에 MSL이 대형 사고를 쳤죠. 온풍기 때문에 컴퓨터가 셧다운되어 경기가 정지되버린 사건. MSL은 굉장히 부끄러운 일을 했고, 그럼으로 인해 굉장한 욕을 먹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패는 심판에 의해 결정났고, 이제동은 우승하고도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이에 대해 분노하고 MSL에게 불만을 토로합니다. 이글루스에서도 굉장히 많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20대 남자에게 스타크래프트란 하나의 공인된 미디어이기 때문에, 저 역시 가끔 스타 이야기를 합니다. 근래에는 게임 안 한지 너무 오래되서, 게임보다는 프로게이머나 게임 방송에 대한 이야기를 더 자주 하는 편입니다. 오늘은 갑자기 어떤 친구가 존 케이지(John Cage)를 이야기하더군요. 우리 모두 그 방송 사고와 존 케이지의 그 곡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웃을 수 있었습니다.

음악에 조금 관심을 가진 분들은 아마 이 분이 만든 4분 33초(4′33″)라는 곡을 아실 겁니다. 4분 33초는 피아노 덮개를 열고 4분 33초 아무 것도 안 하다가 덮개를 다시 닫고 퇴장하는 피아니스트만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는 소리가 있긴 했습니다. 왜냐면 우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귀를 갖고 있는 한 소리는 항상 있거든요. 음악을 잘 모르는 저로서는 이것이 음악인지 연극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여하튼 그러하다고 합니다.

물론, 둘 사이에 아무런 논리적인 필연성이 없습니다. 굳이 연관성을 찾는다면 하나는 소리를 없앴고 다른 하나는 영상을 없앴다는 것. 거기에 4분 33초가 음악의 정의에 대해 물음을 던졌다면, 온풍기 사고는 판정에 대한 논의와 경기 준비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공하였다는 것 정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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